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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 둔화,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by ddaonni 2025. 4. 26.

    [ 목차 ]

거대한 소비 시장의 변화, 한국 기업의 시험대

한때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불렸던 중국이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중국 내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었고, 부동산 침체, 고령화, 청년 실업 문제까지 겹치면서 소비 둔화가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좋은 품질이면 팔린다”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변화한 중국 시장을 이해하고,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소비 둔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전략과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소비 둔화의 본질을 읽다: 고급화와 가치소비로의 전환

소비 둔화의 본질을 읽다: 고급화와 가치소비로의 전환

중국 소비자들은 단순히 ‘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소비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국에서도 ‘가치 소비’와 ‘실용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 가격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지,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주는지를 고려해 소비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한국 기업들은 이 점을 간파하고, 중국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K-뷰티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대중 브랜드 중심에서 고급 브랜드(설화수, 헤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설화수는 중국 내 백화점과 면세점에 집중 입점시키고, VIP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식품 기업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단순한 라면이 아니라, ‘한류 푸드’라는 스토리와 함께 고급 이미지로 포장해 중국 시장에 재포지셔닝했다.
또한 CJ제일제당은 고급 한식 간편식(HMR) 제품을 통해 중국 내 프리미엄 식품 시장을 공략 중이다.

결국, 양적 확장을 기대하기보다는 ‘질적 소비’를 겨냥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재공략하는 것이 현재 한국 기업들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현지화·초개인화 전략: “중국 소비자는 더 이상 똑같지 않다”

현지화·초개인화 전략: “중국 소비자는 더 이상 똑같지 않다”

한때 한국 기업들은 ‘한국 제품=고급’이라는 이미지에 기대어 중국 전역에 동일한 제품을 판매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 세대, 소비 성향에 따라 소비자들의 니즈가 급격히 다변화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만 공략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반영해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와 초현지화(Hyper-Localization)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현대자동차를 들 수 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은 후, ‘중국 소비자 전용 모델’을 출시하며 반전을 꾀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커넥티드카, 전기차 모델을 적극 개발하고, 디자인과 기능을 중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맞춤형으로 설계하고 있다.

또한 식품업계에서는 오리온이 좋은 사례다. 오리온은 ‘중국형 신제품 개발’을 위해 현지 연구소를 강화하고, 지역별 맛 선호도에 맞춘 제품(예: 사천 매운맛 스낵, 광동식 디저트)을 출시해 매출 확대에 성공했다.

특히 MZ세대와 Z세대를 겨냥한 디지털 마케팅도 필수다. 틱톡(중국명 더우인), 샤오홍슈(小红书, 중국판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지역별 KOL(Key Opinion Leader)을 활용한 초개인화 광고를 진행하고, 사용자 참여형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단일 시장이 아니라 수십 개의 시장이 모인 것처럼 세분화된 중국 내 소비자층을 정확히 타깃팅하는 전략이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생존법이 되고 있다.

 

중국 이외 시장으로 분산: ‘차이나 플러스 전략’ 가속화

중국 이외 시장으로 분산: ‘차이나 플러스 전략’ 가속화

중국 시장이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한쪽에만 의존하는 리스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한국 기업들은 중국 외 지역으로 사업 무게 중심을 분산하는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전략(China+1 strategy)’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상지는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북미 시장이다. 이 지역들은 젊은 인구, 경제 성장 가능성, 한류 확산 등 긍정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로 분산했고, LG전자도 생산라인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였다.
또한, K-푸드 기업들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현지 생산 및 유통망을 확충해 중국 외 수익원을 강화하고 있다.

패션·뷰티 산업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은 동남아, 북미 시장에 맞춘 제품 라인을 개발해 수출 비중을 다변화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은 한류 콘텐츠 소비가 활발해, 자연스럽게 한국 식품, 뷰티, 패션 브랜드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요약하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 소비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내에서는 현지화·고급화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는 ‘포스트 차이나’ 시장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위기인가, 전환점인가

중국 소비 둔화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한국 기업들에게 이는 위기이자 기회다.
과거처럼 대규모 물량 공세로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신, 고객 세분화에 따른 맞춤형 대응, 브랜드 가치 제고, 글로벌 시장 다변화라는 다층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 소비자는 변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이해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좋은 제품’을 넘어,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변화는 두렵지만, 변화를 읽고 먼저 움직이는 자에게는 오히려 더 큰 기회가 주어진다.
지금은, 바로 그런 기회의 문턱에 서 있는 순간이다.